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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ules of the game

20대 초반에는 자기계발서를 조금 읽었었는데, 어느 순간 부터는 전혀 읽지 않게 되었다. 크게는 두 가지 이유였는데,

  1. 뜬구름 잡는 소리: “포부를 넓히고 뜻을 하늘에 닫게 노력하라” (…네?)
  2. 그래, 불가능은 아니지… 그런데?: “하루에 30분만 자고, 오늘이 마지막 날인 것 처럼 매 초마다 집중하세요.” (…뭐?!)

그렇게 책에서 받은 부정적인 인상들이 누적될 즈음, 매체에서 보이는 유명한 사람들의 성공담은 더욱 거부감이 심해졌다. 유명세를 탄 위치에서 어떤 과거를 이야기 한들, 듣는 사람들이 유명해진 그 사람의 과거를 지금 현재 되풀이 한다고 해서, 똑같거나 비슷한 위치에 다다를 수 있을까?

Motivation

그렇지만 그 사람들이 틀렸다는 것은 아니다. 관점의 차이라고 생각한다. 성공한 사람들은 자신의 성공을 이끌었다고 믿는 자신의 서사를 이야기 하는데, 그걸 듣는 사람들은 동기부여만 원하니까.

개인적으로는 동기부여가 hoax 라고 생각한다. “농간”과 “거짓”정도로 해석하는게 옳을 듯 하다. 과거를 돌아보면 “동기”가 “부여”된 상태에서의 시작은 좋지만 오래가지 못한 경험들이 거의 대부분이다. 새해와 작심삼일에 대한 역학은 분명 존재한다고 믿는다.

다른 사람의 경험에 비춰서 “나도 저렇게 하면 가능할 것 같다, 해보자!”는 생각이 들 때는 어떤 것을 하고자 하는 의지만 가득한 상태라서 뭐든지 벌여놓을 수는 있다. 다만 아드레날린과 비슷해서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것은 쉽지 않을거다.

그래서 내가 겪어보지 못한 다른 사람들의 성공담 혹은 실패담에서 무언가를 얻을려고 하기 보다는, (물론 어느정도 도움은 되겠지만)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실패의 반복을 최소화 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직접적인 성공을 좇는 것 보다 어떤 일을 포기하지 않고 지속하거나, 성장하는데에 훨씬 효과가 좋다고 생각한다. 내 경험을 바탕으로 하는 말이라 자가당착이긴 하지만.

앉아서 생각을 해보자

딱히 어떤것을 쟁취하거나 성공해보자는 생각은 하지 않는 편인데(반면에 가끔 그럴때는 거의 목숨걸고 한다), 실패를 반복하고 싶어하지 않는 욕구는 큰 편이다. 실패의 반복이 3M 의 Post-it 을 탄생시키긴 했지만, 나는 다혈질이라 쉽게 분노에 휩싸이거든…

새로운 프로젝트에 대한 적응이 보름이 넘도록 안되던 어느 날, 바쁜 와중에도 모든 걸 내려놓고 노트를 열었다. 무엇을 제대로 하고 있지 않은지, 어떤 피곤한 일들이 있었는지 적어보기로 했다. 업무에 관련된 기억력이 좋지 않아서 더 잊기 전에 적어 놓으려고 했다.

최대한 자세히 적었던 내용들을 추상화 해봤다. 대부분은 그 프로젝트에 요구되는 기술에 대한 이해나 직무에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부차적인 요인들이었다. 궁금했던 것을 질문하는 시간을 미룬다던가, 무작정 달려들어서 해결하려 했다던가 하는 상당히 기본적인 틀 안으로 원인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그렇게 만들어진 리스트를 반성에 가까운 말로 어조를 바꾸고, 조금 더 짧고 간단하게 만들었다. 그리고는 매일 한 번씩 보기로 다짐했다.

컴퓨터를 켜면 하는 일

오전 3-4시쯤, 일찍 일어나서 일을 시작하는 편이다. 컴퓨터를 켜고 Slack 에 접속해서 “나 출근했어유” 메시지를 남기고 커피/홍차/루이보스등을 우리고, 야옹이들 토닥여주는 등 모닝 루틴은 일정한 편이고.

리스트를 만든지 얼마되지 않았다고 생각했는데 거의 반년이나 흘렀다.

이런 모닝 루틴에 “매일 한 번씩 리스트 보기”를 넣었다. 눈 뜨자마자 읽으면 하루를 시작하는데 도움이 되리라 생각했다. 실제로 처음 적었던 작년 11월 이후로 지금까지 매일 읽으면서 일과를 시작하고 있다.

Rules of the game

이름을 게임 메뉴얼 처럼 제목을 붙였지만, 인생은 게임라고 생각해서… 말은 안되지만… 그… 어쨌든… 유치뽕짝 대충 그런 느낌으로… Notion 에 기록한 것은 다음과 같다:

영어로 적은건… 그냥 자꾸 써보는 버릇하는거다. 혹시라도 실력이 늘까봐… 어쨌거나 한글로 풀어보면 이렇다:

  • 정신적으로
    1. 인지(인식)는 생각이며 어떻게 느끼는지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생각하는대로 느낀다.
    2. 어떤것이라도 처음부터 부정적인 태도와 생각을 갖는 것은 떨쳐내자.
    3. 하찮은 것에 집착하지 말자.
    4. 여유는 항상 있다. 보이지 않을 뿐이다.
    5. 다른이에게 공감하고 관심을 갖자.
    6. 지금 현재를 살자.
  • 행동으로는
    1. 미루는 것에 대한 비용은 비싸다.
    2. 집중하자. 두 가지 일은 한 번에 되지 않는다.
    3. 달려들지 말자. 시간과 노력을 먼저 추정하자.
    4. 충분한 수면시간을 갖되, 불가능하면 낮잠은 필수다.
  • 매일매일
    1. 운동하자.
    2. 읽자.
    3. 공부하자.

참고로, 가장 첫 줄은 마음이 힘들때 큰 도움을 받았던 Feeling Good 이라는 책에서 가져왔는데, 읽기만 해도 너무 큰 힘이 되는 말이라서 제일 먼저 적어뒀다. David Burns 라는 신경정신학자가 집필한 인지치료에 대한 책인데, 상위집합 개념의 Feeling Great 이라는 후속편도 출간 되었다. 최근 국문 번역서가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자기계발서는 전혀 읽지 않는다고 했는데, 자기계발서로 분류되는구먼. 이런.)

어쨌든 한 줄 한 줄이 경험을 바탕을 간략화 한 구절들이라 다른 사람들에게는 너무 추상적으로 보일지 모르겠다만, 드라마 NCIS 에서 Gibbs 반장이 늘 읊조리던 Rule 같은, 또는 Dexter 의 Code 와 같은(약간 그릇된 예시이긴 하다만…) 뭔가가 있다는 것은 앞으로 나아가는 스스로에게 도움이 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좌우명이나 그 비슷한 것을 갖는다는게 별로 의미없다고 생각하던 나같은 사람이 매일 반복해서 보고, 생각하고, 힘을 얻어서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없다면 하나쯤 시간을 내서 만들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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